특례요금제·高 REC 양분 삼아 수십MW급 우후죽순
국내 ESS누적설치량 美 전체물량조차 곧 추월할 듯

▲ 미국 권역별 ess 누적설치량 (2016년 기준)  ⓒ 美 sepa ‘2017 상용 에너지저장시장 현황’ 보고서 

[이투뉴스] ESS(전력저장장치)가 파격적인 정책지원을 등에 업고 내수시장에서 단숨에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단위사업당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수십MW급 프로젝트가 우후죽순 착수되고 있고, 보급량은 매년 갑절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ESS를 키운다는 명분은 좋지만, 향후 에너지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기대 효과는 무엇인지 진단과 분석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0일 본지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입수한 내부 집계에 따르면, 2014년 89MWh였던 누적설치량은 2015년 239MWh, 지난해는 490MWh로 증가했다. 여기에 올 한 해만 약 400MWh가 추가 설치돼 연말 누적설치량은 890MWh에 이를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ESS를 에너지신산업의 하나로 정해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낸 지 3년여만에 보급량이 10배 폭증한 셈이다.

국내 ESS보급은 양이나 규모면에서 곧 미국 대륙까지 추월할 기세다. 재생에너지 민간단체인 SEPA(Smart Electric Power Alliance)가 이달 발간한 ‘2017 상용 에너지저장시장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한 해 미국내 ESS추가설치량과 누적보급량은 각각 257MWh, 661MWh로 한국과 규모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

전체 발전설비용량이 한국보다 10배 이상(2014년 약 1100GW)이고, 최근 들어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설비가 급증하고 있는 현지 상황에 비춰보면, ESS 상대 보급량과 성장세는 되레 우리보다 한참 더디다. 수십MW급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최근 한국상황을 감안하면 누적설치량 기준으로도 미국 추월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같은 ESS 내수시장 급성장은 정부가 각종 정책지원을 통해 ‘ESS 띄우기’에 나선 영향이 크다. 앞서 산업부는 ESS를 위한 별도 특례 전기요금제를 만들어 가뜩이나 저렴한 경부하 요금의 50%수준에서 ESS충전이 가능토록 했고, 태양광설비와 연계 설치하는 설비에 최고 REC(신재생공급인증서. 5.0) 가중치를 인정해 전국적인 ‘PV+ESS 설치붐’을 일으켰다.

여기에 새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지원을 이유로 이 분야 각종 정책금융자금과 융자사업 예산을 작년의 2배 규모로 증액해 ESS설치 및 대형화에 기름을 끼얹었다. 산업계는 현행 ESS지원정책이 시장을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내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SS산업육성의 필요성은 일정부분 인정하지만,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맹목적 지원은 향후 전기요금제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 ESS산업이 내수시장서 안분지족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제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피크부하 저감용 ESS가 전력 충전 시 사용하는 경부하 전력은 생산원가보다 저렴한 공급으로 불필요한 전기화(電氣化)와 남용을 초래, 국회와 시민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제도 정상화를 요구받고 있고 산업부 역시 전기료 체제개편 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피크부하 저감용 ESS는 사실상 이 요금제와 특례요금제에 기대 경제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손쉽게 융통가능한 각종 정책자금이나 시장 유동자금으로 수십MWh규모 ESS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어, 이 추세가 지속되면 훗날 ESS충전을 위해 심야시간대 LNG발전소를 돌려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ESS는 ‘에너지효율을 높여준다’고 홍보되고 있으나 사실은 전력 충·방전 및 저장, 열(熱) 제거과정에 다량의 전력손실이 발생하고 자체 소비전력도 적지 않다. 해외 선진국들이 ESS를 가급적 소용량 신재생 발전전력 저장에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대용량 저장은 리튬이온배터리 이외 다양한 방식을 동시 검토하는 이유다.

모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현재의 ESS 산업육성은 심야요금제(경부하)나 REC로 땅집고 헤엄치게 하면서 나중에 바다(해외)로 나가 수영시키겠다는 것이나 나름없다. 이런 방식은 향후 전기요금 체계개편이나 에너지 고효율화에도 분명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시장원리로 가야 산업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책 개입이 필요한건 아예 시장이 없는 초기 형성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역할은 시장 개입시기와 손을 뗄 시기를 잘 판단해 시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지금은 기업보다 현장정보가 부족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해 오히려 시장을 망가뜨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을 일단 정확히 측정·평가하고 개선방향을 잡는 것이 보급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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