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15년만에 확충 검토…해외서도 효용성 재조명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청평양수발전소 상부저수지.

[이투뉴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중인 정부 당국과 민‧관 전문가그룹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출력변동성에 대응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일환으로 이번 계획에 신규 양수발전소를 반영하는 안(案)을 검토하고 있다. 수급계획에 양수발전 계획이 올려진 것은 2002년 예천양수 확정반영 이후 15년만이며,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백업용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계통에 대거 유입돼 수요와 무관하게 전력이 과도 생산되거나 반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양수발전 필요설비량을 산출하고 있다. 배터리계열 ESS는 저장능력이 적고 단가가 비싼데 반해 양수발전은 최대 GW단위 저장‧방전(발전)이 가능한데다 수명‧효율이 우수해서다.

이와 관련 당국은 현재 운영중인 7개 양수발전소(4.7GW) 외에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더 ESS가 필요할지 들여다본 뒤 착공에서 완공까지 최소 10년 이상 소요되는 특성을 감안해 계획기간(2017~2031)내 이를 반영할 방침이다. 상세 필요설비량은 연도별 원전설비 변화와 재생에너지 확충량, 일부 석탄화력의 연료전환 여부 등에 따라 증감될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양수발전이 항상 전출력으로 운전하는 원전의 경부하시간대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시 활용하는 용도였다면, 앞으로 확충될 양수발전은 태양광‧풍력의 불규칙한 발전특성을 보완하면서 전력계통의 주파수 안정성까지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전통적인 양수는 상부저수지에서 떨어뜨리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발전 시에만 출력 조절이 가능했으나 최근 건설되는 가변속 양수는 하부저수지에서 상부로 물을 펌핑할 때도 전력수요나 주파수 변화를 추종하며 부하를 증감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용량 전력을 수분내 공급‧소비하며 미세하게 출력조절까지 가능한 설비는 양수가 유일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양수설비 부하추종 속도는 석탄화력 대비 5~10배 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3분 내외로 기동해 1분내 설비용량대로 최대출력을 낼 수 있다. LNG복합화력과 비교하면 기동시간은 20배, 출력을 높이거나 낮추는 능력은 6배 이상 우수하다는 평가다.

LNG발전의 경우 속응성 가스터빈을 설치하면 현재보다 출력증감 속도를 높일 수 있으나 부하역할은 불가능하며, 배터리계열 ESS는 응답속도는 가장 빠르지만 계통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충‧방전 지속시간이 수십분 내외로 짧아 반나절 이상 전출력 연속운전이 가능한 양수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ESS로서 양수발전의 효용성은 해외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26GW 양수설비를 보유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29GW의 재생에너지가 확충되자 양수설비가 ESS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규슈지역에선 태양광 증가로 2014년부터 주간 펌핑 횟수가 급증해 이듬해 야간 기동횟수를 넘어섰고, 지난해의 경우 주간펌핑 비중이 70%까지 상승했다. 원전용 양수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저장용으로 뒤바뀐 것이다.   

슈퍼그리드를 보유한 유럽연합(EU) 역시 신규 전력망 확충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을 위한 양수설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2년 기준 45GW의 양수설비를 보유한 EU는 260억 유로를 투자해 2020년까지 27GW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은 2029년까지 현재 21GW를 40GW로, 같은기간 중국은 21GW를 최대 155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수를 원전의 불가피한 부속설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상부저수지 개발과정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2002년 1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신규 설비건설을 중단했다.

양수발전 운영사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 건설된 양수는 필요에 따라 사업자가 주도한 형태였으나 2000년대 들어 건설된 청송과 예천양수는 지역주민이 희망해 유치한 경우”라면서 “양수발전은 대부분 설비가 땅속에 들어간다. 반환경적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상부저수지 등이 지역 관광상품으로 변모해 지역주민과 지자체에 높은 만족도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계통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기술이 바로 에너지다. 부존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 실정에 미래에너지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할 송전망과 ESS 적기확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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