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비용 불인정 국내서도 일부LNG 발전원가差 미미
환경급전 공언한 정부는 고심만, 비용정상화도 지연

▲ 신규 석탄화력 비교모델과 직도입 최신 가스발전, 가스공사 연료를 쓰는 신규 발전기에 탄소비용을 적용해 재산정한 발전원가 비교표. (각사 공개자료, co₂가격은 7차 수급계획 기준 적용. 톤당 2만5천원)

[이투뉴스] 부존자원이 없는 국내서 가스발전은 석탄발전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게 상식이다. 두 전원간 발전단가 격차는 아직 크고, 현행 전력시장(Cost Based Pool)도 연료비가 저렴한 순서대로 급전순위(Merit order)를 정하고 있어서다. 통상 원전-석탄-가스-중유 순으로 발전소를 돌려 수요를 맞춘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아직 일부지만 값싼 연료비로 석탄발전 경제성을 따라잡는 가스발전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료비에 온실가스 비용만 얹어도 석탄발전과 급전순위가 뒤바뀐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하지만 환경급전 시행을 공언한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고, 가스발전량 비중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12일 발전업계로부터 입수한 이달 예상 전력시장 급전순위와 CO₂비용을 포함한 석탄 및 가스 발전원가 비교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영흥화력 4호기는 초초임계압을 사용하는 고효율 석탄화력으로 가동년수가 10년 미만인 최신 발전기다. 이렇다 보니 전체 192개 중앙급전 발전기 중 원전 24기에 이어 항상 가장 먼저 가동되는 석탄화력 상위그룹에 속했다.

반면 비교대상인 최신 가스발전소 2기 급전순위는 30년 넘게 가동한 노후석탄 리스트 뒤에나 위치했다. 그나마 직도입 셰일가스를 쓴 파주문산복합이 90위권에 랭크됐고, 가스공사 LNG를 쓰는 포스코에너지 7호기도 95위를 수성했다. 이렇게 보면 가스가 석탄을 따라잡아 전원믹스 안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미국과 같은 자원부국 얘기에 불과하다. (광양복합 특수사례 제외)

하지만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일명 환경급전법)과 새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취지를 살려 전제하나만 바꿔더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기준 연료비에 7차 수급계획 탄소비용(톤당 2만5000원)을 변동비로 추가해 재산정한 kWh당 발전원가는 영흥 4호기 72.0원, 파주문산 68.7원으로 직도입 가스발전이 석탄보다 3.3원 저렴했다. 또 탄소비용을 얹지 않은 저원가 가스발전과 석탄화력의 가격차도 kWh당 10원을 넘지 않았다.

학계 주장처럼 대기오염 비용이나 송전혼잡 비용까지 외부비용으로 내재화 해 원가에 반영한다면, 상당수 가스발전기들이 석탄화력을 추월해 기저발전기 역할 일부를 떠맡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개정 전기사업법은 경제성(연료비)을 기준으로 운영해 온 전력시장을 환경과 국민안전이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전환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가스발전사 한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에 대한 정부의지로 분위기는 쇄신됐지만 원전공론화, 전력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 상부구조 문제로 하부에 변화가 언제쯤 올지 막막한 느낌”이라며 “지금은 완벽한 환경급전이 아니라 바로 입증·산정 가능한 환경비용 요소를 시장운영규칙 개정 등으로 하나씩 반영하면서 상하부 동시변화를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배출권거래제는 무상할당이라 석탄발전 온실가스 억제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구조다. 시장규칙을 수단으로 연료비+온실가스비 구조로 발전소 우선순위를 바로잡으면 물리적 온실가스 억제도 가능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당장 생존이 불확실한 여건이라 가스발전에 대한 적정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가스발전 업계가 조바심은 내는 이유는 원가경쟁력 제고와 우호적 정책환경에도 불구하고 장기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실제 발전업계가 8차 수급계획 예상수요와 발전원별 설비조정안(신고리 5,6 건설 및 일부석탄 연료전환, 재생에너지 20% 등)을 전제로 추정한 2022년 가스발전량 비중은 올해 상반기(20.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9%에 불과하다.

여기에 발전량 비중은 갈수록 쪼그라드는데 변동비 차이가 kWh당 1~2원에 불과한 신규 발전기가 전력시장가격(SMP) 한계가격대에 수GW단위로 몰려있어 이들의 원가회수도 요원한 상황이다. 향후 기저설비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유입되면 그만큼 다시 우선순위에서 떼밀리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발전업계 한 당국자는 “용량요금 현실화든 장기계약제 도입이든 타개책이 필요한데 아직 변동비 현실화도 진척이 없다. 원전과 석탄, 재생에너지는 로드맵이 있는데 가교전원이란 가스발전만 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것인지 갑갑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남경모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장은 “언제라고 선을 긋고 추진할 사안이라기보다 전력시장 운영과정에 다양한 환경급전 아이템을 발굴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올해 봄철 노후석탄 가동중지나 내년 정례화 등이 그 일환이며, 배출권도 하나의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4월에 발전연료 세제개편이 진행되면 급전순위도 변할 수 있다. 전력시장과 가격결정의 틀 안에서 환경과 안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문산에 들어선 파주천연가스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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