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아무리 생각해도 A사의 입찰가는 이해가 안가요” “B사의 공격적 입찰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C사의 입찰가를 알고나서 우리는 손을 뗏습니다. 그러다가 자칫 사고로 이어질까 걱정이죠”

각 가스보일러제조사 실무진들과 나눈 얘기들이다. 갈수록 과열조짐을 보이는 가스보일러 특판영업에 대한 우려다.

가정용 가스보일러 판매는 제조사가 본사 대리점이나 설비업자 등에 유통시키는 ‘시판’과 건설사 등에 단체납품하는 ‘특판’으로 구분된다. 가스보일러 시장에서의 비중이 20% 정도로 추산되는 특판시장은 시판가보다 평균 20~30% 낮은 가격대가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스보일러 업계가 수익과 성장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포화된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다. 성장 체감지수가 예전 같지 않은 만큼 건설사의 대규모 물량에 구미가 당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건설사가 가격을 주도하다보니 공급가 하향세 또한 끝을 모른다.

결국 새로운 모멘텀으로 기대를 모았던 콘덴싱 보일러마저 과열된 특판영업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실정이다. 최근 아파트단지 단체납품 입찰에서 70만원대인 콘덴싱보일러가 일반보일러 수준인 25만원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던졌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 공급이 이뤄진 것이다. 이런 가격대 공급은 수익구조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낮은 가격대의 특판에 이어 유상 서비스를 통한 또 다른 매출 창출, 교체물량을 통한 시장점유율 유지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을 것이나, 가뜩이나 과당경쟁에 허덕이는 가스보일러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과열된 특판영업의 폐해를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공존의 길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라는 저변의 인식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매일 듣다시피하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시장의 영속성보다 당장 눈앞의 물량 확보에 목을 매는 원가 이하 수준의 특판은 결과적으로 질 낮은 부품 사용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신뢰 추락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난방시장에서 전기제품의 추격을 받고 있는 가스연소기 산업 아닌가. 이대로라면 ‘공멸의 길을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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