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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에너지전환, 이대로 가면 유야무야

기사승인 [467호] 2017.11.20  07: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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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정책 대전환 5개월, 전문가 긴급진단]
새 정책 수용할 법제 비미…산업부는 정공법 회피
결국은 가격정상화가 해법, 소비자 소통·설득 필요

▲ 지난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이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대한민국 에너지산업과 시장은 아주 오랫동안 기형적 형태를 유지하다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도 못하는 낙오자 신세가 될 거다. 수십 년도 더 된 낡은 프레임으론 안 된다. 가격부터 소비구조, 시장제도까지 일체를 다시 짜야 한다. 문제는 과연 정부나 청와대가 그런 문제인식을 갖고 있을지다.” (J에너지컨설팅사 CEO)

“에너지전환은 발전설비 계획이 아니라 발전량 계획이다. 이미 공급과잉이고,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년 내 정책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맞닥뜨릴 수 있다. 그래서 정책조정이 필요한 건데, 지금 정부는 방임이다. 정책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상세계획은 무엇인가. 두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달라진 게 없다.” (K 시장설계 전문가)

예상은 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각 분야 전문가를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정책 대전환 선언 이후 현재까지 추진된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다. 이들은 “이대로는 안된다. 열린 자세로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해법에 대해선 “가격신호 등 정공법을 써야한다. 지름길은 없다”고 고언했다.

먼저 전문가들은 정부, 특히 에너지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진정성 있는 변화의지가 부족하다고 직격했다. 에너지믹스 목표나 국민인식 등이 확연히 달라진 만큼 새로운 법제로 소위 새판을 짜야하는데, 기존 틀 안에 이를 욱여넣거나 임시방편만 찾다보니 거꾸로 추진동력만 약화되고 해법마련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한 당국자는 “새 정부가 에너지전환이란 밑그림은 잘 그렸지만 기존의 판 안에서 시늉과 생색만 내려할 뿐 이를 수용할 새 법제를 마련하는 건 관심도 없고 의지도 없다”면서 “그러니 답이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 수명 다한 원전 폐지는 근거법이 없어 발전사 이사회만 쳐다보고 있고, 석탄화력 연료전환도 같은 처지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큰 윤곽(전력믹스)은 잡혔고 지금은 큰 틀에서 액션플랜을 짤 때다. 프랑스 에너지전환법이나 미국의 옛 청정발전계획(CPP)처럼 정부가 책임지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그게 산업부가 할 일”이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중요한 건 과거처럼 꼼수를 쓰지 않고 당당하게 공개 논의하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고리1호기 폐로 기념식 당시 대통령 기념사를 신호탄으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탈원전 로드맵을 최근 매듭지었고, 현재 8차 전력수급계획과 재생에너지3020계획 등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급전이 원칙인 기존 시장제도와 가격체계를 그대로 둔 채 설비믹스 재조정만 치중, 온실가스 감축이나 적정 발전량 구성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소장 이상훈)가 원전·석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현 정부 전력믹스와 현행 급전환경을 전제로 미래 발전량믹스를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BAU(순증전망치) 대비 20% 감축 시나리오에서 2030년 석탄발전량은 2015년 대비 되레 4%P 늘어난 44%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스발전은 23%에서 12%로 반토막 나고, 원전비중은 2030년에도 24%를 유지해 석탄에 이어 제2 기저전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장제도나 가격구조로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전원구성의 저탄소화는 물론 안전과 환경분야에도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은 지난 14일 독일 본에서 열린 기후변화당사국총회 별도행사에서도 공유됐다.

이상훈 소장은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해도 지금과 같은 급전환경 아래 느슨한 발전부문 감축 제약으로는 석탄발전량은 줄지 않을 것”이라며 “발전부문 감축목표를 강화하거나 가스-석탄간 급전순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가격체계 개편이 있어야 석탄발전량을 줄이고 가스발전을 늘리는 정책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새로운 기후협약과 밀접하게 연결돼야 하며, 전력 외에도 냉·난방이나 수송부문도 중요하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은 에너지효율개선과 에너지가격 정상화, 전력시장 개혁과 보조를 맞춰가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이용 효율화와 가격정상화가 정책 상수가 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컨설팅기업 CEO는 “아직도 에너지효율분야는 감축여력이 무궁무진하다. 미래 산업은 에너지다소비 산업이 중심이 아닐뿐더러 수요체계도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며 “수급에 앞서 에너지효율화와 절약이 우선시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은 가격시그널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 CEO는 “에너지절약과 고효율화를 위한 가장 좋은 시그널은 가격정상화다. 그렇게 돼야 에너지다소비기업이 에너지절약시설에 적극 투자하고 소비가 합리화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전력의 경우 각종 교차보조 해소와 산업용 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에너지전환 정책과 가격정상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요금체계 왜곡 해소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요금인상 요인 상쇄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수긍한다지만 이후 전략은 상당히 지혜로워야 한다. 방법을 찾아야 에너지전환도 가능한데, 결국은 가격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요금을 건드리지 않고 자꾸 편법을 동원하다보니 왜곡이 발생한다. 원전과 석탄을 줄이면 결국 대안은 가스발전인데, 최종요금 인상을 막으려면 발전용 가스가격을 원가대로 내리고 도시가스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과거 경유요금을 정상화 했듯 5~6년 단위로 길게 보면서 요금을 조정하면 전기료 인상없이 정책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시장 전문가 K씨는 "현재로선 에너지전환 이행기간에 해당하는 5~10년 사이 대책이 전무하다. 이 기간의 해결책을 강구해야 다음 도약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모든 주장을 다 수용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열린자세로 시장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충고를 경청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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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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