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보조율로 신재생 비용부담 꺼려…디자인·품질도 획일화
서울에너지공사, ‘태양의 도시 서울, 시민토론회’ 개최

▲ '태양의 도시, 서울 시민토론회'에서 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투뉴스] 서울시의 미니태양광 보조금 정책이 75%의 높은 보조율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를 저해하고, 제품 품질 및 디자인의 획일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낮은 자부담율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용부담을 꺼리는 태도가 일반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에너지공사(사장 박진섭)는 6일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태양의 도시 서울, 시민토론회’를 치렀다. 토론회에는 시민, 협동조합, 공익단체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은 2022년까지 ▶태양광 100만 가구 보급 ▶가용 공공부지 100% 활용 ▶태양광산업 발전 ▶제도개선과 시민참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시책이다.

특히 공사는 권역별(도심·서북·서남·동북·동남) 태양광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주택 태양광 보급, 시민 교육 지원, 사후관리 운영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에너지전환 민·관 파트너십 마련 및 시민주도형 에너지전환 인프라 구축 ▶ 신재생 확대를 위한 시민 인식 전환과 에너지시민 육성 지원 ▶ 주택 및 상업용 건물 태양광 보급 확대 등을 기대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시의 태양광 보급여건을 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언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발표는 ▶태양의 도시 서울을 위한 민·관 협치방안(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총장) ▶협동조합을 통한 태양광 확대 방안(민성환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미니태양광 보급확대를 위한 제도·기술·홍보방안(김현수 햇빛사랑시민모임 사무국장) 순이었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총장은 “시는 서울형FIT제도 및 기후변화기금 저리융자, 공공부지대부요율 할인제도 등 금융 측면에서 좋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반면 부지확보, 계통공사, 민원, 개발행위 등 실제 설치 측면에서 아직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며 시의 전반적인 태양광 보급시책을 진단했다. 또 보조율 75%에 달하는 미니태양광 보조금은 자칫 신재생 보급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민·관 협치 방안으로 우선 설치 공간 측면에선 부지확보(민·관 공동 발굴), 태양광 설치가이드(규제완화), 개발행위허가(공작물축조신고 등 불필요한 과정 축소) 등을 요구했다.

시민참여 확대 측면에선 클라우드 펀딩(서울에너지공사 주도 펀드), 민·관 공동투자(서울에너지공사와 협동조합·시민단체 협력), 부지대부료 인하, 탄소배출권 거래(서울에너지공사 선 선취 후 매매), 시민 홍보 강화 등을 제언했다.    

민성완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도 “일정 규모 이상 발전소 부지를 확보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며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민 이사장은 서울시 소유의 공공건물 및 부지 정보를 조사·공유하고, 과거 중단된 공공부지 공모사업이 재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학교 옥상 활용을 위해 서울시와 시 교육청, 일선 학교와 협동조합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한전 새싹발전주식회사 등 공룡 발전사업자의 참여는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정 규모 이상 신축건축물은 시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소를 할 수 있도록 권고나 의무화, 인센티브를 적용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김현수 햇빛사랑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아파트 주민을 비롯해 입주자 대표와 관리소장님들은 미관 저해나 안전상 이유로 미니태양광 설치를 거부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시의 열악한 미니태양광 설치여건을 설명했다.

또 이러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제도·기술·홍보 측면에서 수용성 증진방안을 내놓았다. 제도 부분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축건물은 미니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기축 건물은 공동주택 외벽 돌출물 설치규제 완화 등을 통한 보급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 옥상 태양광의 경우 각 학급별 신청을 통해 주택 한가구에 대핟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술 측면에선 현재처럼 획일화된 제품 사양을 지양하고, 미관을 고려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홍보 측면에서는 입주자 대표와 아파트 관리소장을 대상으로 한 집단교육이나 태양광을 주제로 한 테마 역사·거리 조성, 홍보캐릭터 활용 등을 주문했다.

▲ '태양의 도시 서울 시민토론회'에 패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조창우 서울에너지공사 햇빛발전부장, 민성환 태양광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손은숙 前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박규섭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 기준학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워회 위원장, 홍권표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이기관 마이크로발전소 대표,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총장, 김현수 햇빛사랑시민모임 사무국장

발표 이후 토론에는 기준학 공사 시민위원회 위원장을 좌장으로 박규섭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 홍권표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부회장, 손은숙 前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이기관 마이크로발전소 대표, 조창우 서울에너지공사 햇빛발전부장이 참석했다.

이기관 마이크로발전소 대표는 “실질적으로 그간 시가 추진한 ‘원전 하나 줄이기’시책에 걸맞게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은 전력소비 측면에서 피크컷(peak-cut)효과 확보가 중심이어야 한다. 가령 발전소 설치 방향도 기존 전력생산량 확대 측면에선 남쪽이 맞지만 피크컷 효과를 고려할 때는 남서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니태양광 시장은 경제성·양산형 중심으로 시장이 편성돼있다. 제품 역시 모양과 크기, 발전량이 획일화돼 있다”며 “이는 75% 비율에 달하는 압도적인 보조금 시책 때문이다. 시민들을 거의 ‘보조금 중독’수준으로 유도하고 있다. 어떤 시민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 스스로 비용부담을 하려는 태도를 취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또 “참여업체 입장에서는 가격과 제품이 거의 일치하는 수준에서 마진 및 인건비 축소  등 ‘제살 깍아먹기식’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디자인이나 모양, 발전효율 및 생산량 확대 등 다른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토론회 축사에서 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의 시작과 끝은 시민이다. 국민과 시민, 주민이 함께 가는 방식으로 시작과 끝이 나야한다”며 “자칫 양적 확대와 공급 중심의 접근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이번 토론회가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점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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